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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트레킹

지리산 천왕봉 당일산행

 

금요일 오후. 풍족하게 먹은 점심 덕에 졸음이 눈앞으로 쏟아진다. 우연히 시선이 멈춘 액정에 반가운 이름이 반짝인다.

 

"어 왠일이야~ 잘지내?"

"내일 천왕봉 갈건데 같이 갈래?"

"종주? 당일?. 가려면 오늘 밤에 출발해야 겠네?"

"아니. 차는 내가 가져갈거고 당일로 갔다오자"

 

 단한번도 지리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올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물론 종주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거리가 상당하기에 대부분 전날 출발하여 근처에서 잔 뒤 산행을 하곤했다. 5월에 생기넘치는 에너지를 만끽하러 새벽부터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여전히 어두움이 일렁거리고 있을때 멍하니 차밖을 보며 '이번 산행은 무얼 생각하기 위한걸까?' 를 되뇌였다. 걱정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급작스럽게 떠난 여정이었는지 마땅한 타이틀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눈을 감은걸까 눈이 날 감은걸까, 찰라의 순간이 (찰라라 믿었던) 지나가고 이내 친구는 중산리탐방센터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어둠이 깔려있었지만 저마다의 등산복에 야간의 고양이 눈처럼 발광하고 있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물도 사고 산행을 시작하자 금새 태양이 떠올랐다. 한껏 올라온 태양은 우리가 추울까봐 양껏 태양빛을 내리 꽂는다. 이런 과도한 태양같으니.

 

 3시간 즈음 지나자 천왕봉에 다다랐다.

 

 

지리산 천왕봉 1915m

 

 

천왕봉에서 내려오는데 아기 다람쥐가 산행로에 떨어져있었다. 몸도 못가누는걸 보아 태어난지 얼마 안된놈이었다. 혹시나 다칠까하여 얼른 나무위에 (어디가 집인지도 모르지만) 올리려 할때, 언젠가 티비에서 '새끼에게 사람 냄새가 나면 자식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고 한게 기억났다. 하지만 어떤 옷도 내 냄새가 배이지 않은것이 없지 않는가. 다행이 아직 음식을 먹지 않아 냄새가 배지 않은 비닐로 가능한 사람이 닿지 않는곳에 올려 놓는다. 물론 그 비닐에서 역시 사람의 역한 냄새가 날 것이다. 이놈이 다람쥐 세상에 돌아가 오늘 일을 무용담으로 전하고 다니길 기도한다. 그러니 꼭 살길 바랬다.

 

 

천왕봉에서 잠시 내려오면 쉴만한 장소가 나온다. 적당히 돌들이 달구워진 덕에 찜질방에 온것처럼 평온해진다. 언제나 그랬듯 찰라의 평온은 금새 지나간다. 10분도 안된것 같았지만 무려 25분의 숙면을 취한다.

 

 

색감이 많이 변했다. 높은 산은 이래서 좋다. 구간별로 변화가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확연히 구별이 가능하다.

 

 

등산복 CF 를 노리고 한껏 폼잡아 본다.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이라 했던가. 아무래도 이번생에서는 틀린것 같다.

 

 

조금씩 산들이 색깔이 다양해 진다.

 

 

이런 오묘한 분위기가 좋다. 지리산, 특히 천왕봉 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길이 잘 다져져있다. 이곳이 1800M 이상의 고지에 형성된 길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마치 말리피센트에 나오는 마녀(정확히는 숲의 수호자)의 집에 가는 길 같다.

 

 

이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곳곳에 물감을 떨어뜨린것 같다. 역시 카메라는 인간의 눈을 따라올 수가 없다. (아니면 찍사가 별로던가)

 

 

오전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칼바위. 하산길에 칼바위가 보였다는 것은 산을 다 내려왔다는 의미다.

 

-. 지리산 천왕봉 당일치기

-. 이동 : 자차 약 2:40 소요 (오창-중산리탐방안내소)

-. 산행 시간 : 약 6시간

-. 난이도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