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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밖으로/국내

전라도 여행기 1 (곡성-구례-여수-보성-순천)

 

 우연히 여행채널을 보고 있었다. 티비속에는 여수 야경의 화려함을 보여주며 생생한 횟감이 넘치는 그곳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서울/경기도/강원도/경상도/충청도를 5일 이상 장기여행을 해봤는데 유독 전라도만 경험이 없었다. 기껏해야 군산정도. 그래서 미리 회사에 연차를 신청해 놓고 떠나기로 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써 그리고 역마살을 삶의 지표로 삶는 사람으로서 순천만을 가보지 않았다는건 스스로 반성이 필요했다는 의미였다.

 본래 내일로를 이용하면서 차량 렌트를 하려고 했는데, 우선 대학생이 아닌 이상 많은 이득을 느끼지 못하겠고 4일 이상을 있는 일정이라 결국은 추가로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물론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대학생을 배려하는것에는 두손들어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그로 인해 다른 이용자들이 소외감을 받고있다면 이 또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천지에 넘치는 내일로 혜택을 나이로 제한하기 보다는 그 파이를 키워서 전국민들이 기차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어쨌든 이번 여행 준비로 역차별을 느꼈다(크흥 상처받았다.!!) 또한 매일 6~10만원 가량의 렌트비용도 감안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깔끔하게 비박은 접도록 하고 자차를 운행하기로 한다.

 

 

여행 일자 : 2015.10

 

1일차 : 곡성(섬진강 기차마을, 심청 한옥마을) - 구례 (구례역, 섬진강 자전거 하이킹, 사성암, 화엄사)

2일차 : 여수(아쿠아플래닛, 오동도, 짚라인, 항일암, 빅오, 여수 케이블카 , 돌산대교-거북선대교)

3일차 : 보성 (녹차밭, 녹차체험, 녹차 칼국수, 대원사, 서재필 기념관) - 순천 생태공원

4일차 : 정읍 (내장산_우천으로 취소, 정읍 시장)

 

 

 금요일, 회사를 게눈감추듯이 끝내고 곡성으로 향한다. 하루라도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싶어서 곡성역 근처에 유일한 게스트 하우스 '처마' 에 묵는다. 굳이 코멘트 하자면 오랜만에 본 게스트 하우스 본연의 모습이었다. 요새는 펜션과 게스트 하우스가 애매모호하게 교배되어 많은 사람들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당연 술마시고 놀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원래는 게스트 하우스는 그저 숙박용이었다. 제주도 올래길과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났고 이중 펜션과 결합하여 지금의 게하(게스트하우스)의 모습을 갖추었다. 물론 나 역시 지금의 게하가 더 좋다. 제주도에 놀러가면 게하에서 벌인 술파티로 인해 다음날 오전 일정이 날라갈 지언정 새로운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은 포기할수 없다. 제주도야 언제든 올수 있지만 이들을 다시 볼 수 있을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여튼 그런곳은 아니니 참고하면 될 듯하다. 많은 섬진강 라이더분들이 지친몸을 이끌고 와 있어 어차피 10시 전에 취침이 불가피 하다.

 

역시 여행 첫날에 일찍 일어나 곡성역을 돌아 섬진강 기차마을을 갔봤지만 이른시간으로 인해 개장하지 않아 이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곡성시장로 이동한다 (곡성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 깔끔하게 정비되어있어 보기 좋았고 거기서 먹는 국밥은 언제나 진실되다.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 한껏 배를 채우고 심청 한옥마을로 바로 이동한다. 

 

 

 

 

 

 

한옥마을 입구의 청이와 심봉사.

가끔 나는 누구나 100% 믿는 진실을 "만약 그게 아니라면?"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이 각도로 사진을 찍고 나니 심봉사가 너무 철없고 미워보였다. 하지만 조각상을 잘 바라보면 청이는 웃고 있고 심봉사는 고뇌에 빠져이다. 깊은 주름이 얼마나 고되게 생활을 연명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심청이가 돈을 벌고자 하다가 사고를 당해 사고사로 위장한 거라면? 만약 청이가 잘못을 하게 되서 심봉사가 그 댓가로 눈을 잃었는데도 청이는 정신을 못차리다가 결국 사고를 당한거라면? 우리가 아는 뺑덕 어멈은 정말 심봉사를 극진히 돌보았고 그 둘은 우리가 범접할수 없는 수준의 헌신적인 사랑이었다면?.

 

아침부터 머리가 비보이의 헤드스핀처럼 팽팽 돌아갔다.

 

 

한옥마을 끝자락에 정자. 이른 시간에다가 안개가 자욱하여 공포스럽게 찍어봤다.

 

매직아이처럼 정자 안을 계속 바라보면 검은 물체가 스르륵 움직인다. 담력이 약하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대부분의 한옥들이 단체 손님들 체험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를 알리는 좋은 방법인것 같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한껏 팔을 벌려 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구례역으로 이동하면 바로 앞에 섬진강을 끼고 자전거 도로가 나있다. 저렴한 비용에 자전거를 빌려 라이더의 느낌을 한껏 느껴봤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재미있었으면 비싼 취미생활이 하나 더 늘뻔 했다. 자전거 원츄.

 

 

 

 

오전에 생각했던것들 때문인지, 심청이의 눈이 그리 선해 보이지 않는다. 심봉사의 근심이 느껴진다.

 

 

사성암을 가기전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워낙 볼것들이 많으니 끼니는 언제나 하순위다. 남들은 여행을 다녀오면 살이 찐다는데 나는 빠지는 편이다. 그나마 게하에서 꾸준히 풍족한 안주와 알콜을 섭취하기 때문에 수행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기분을 내기위한 막걸리 3잔에 오르는 내내 땀이 흘러 고생했다.

 

사성암에 오르려는 분들은 편한 복장으로 입고가시길 추천한다. 운동화에(잔돌이 많아 발목이 쉽게 돌아간다) 특히 청바지라면 꽤나 곤혹스러울수 있다. 왕복하는 버스가 있으니 혹 몸이 불편해서 포기하시려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될것이다.

 

 

 

해외 및 전국에 많은 사찰을 봐왔지만 깎아지른 산에 기둥을 세워 아찔하게 얹어진 사찰을 보고 있으면 신에게 있어 인간의 하찮음을 조금은 격상시켜줘도 될것 같다.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이다.

 

 

 

 

 

화엄사로 이동했다. 단풍이 절정인 시기라 이곳 어느 지점을 봐도 울긋불긋한 경치에 넋을 놓게 된다.

 

 

화엄사의 자랑, 보물 133호 구례화엄사오층석탑

하단부에는 12지신, 위층 기단에는 팔부신중, 1층은 사천왕, 그리고 다른 층들은 우주를 상징한다. 보면 알수 있듯이 그 균형감은 타 석탑에서 쉬이 볼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었다. 

 

 

 

 

화엄사에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동안 앉아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이 여행을 온 이유에 대하여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배가 고프기 시작하고 내일 생각하기로 한다. 여수로 이동하여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