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이 여행의 목적은 지리산 둘레길 이였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직장생활 2년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야근 그리고 휴일 근무. 마치 일을 위한 기계처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간혹 토요일에 마시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유일한 낙이었다. 주말을 마다하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 동료들과의 업무적 마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통과의례에 불과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설령 지금 알고있는 것을 그때 귀뜸해준다 한들 알아먹을 턱이 없다.
우리는 갈등없는 인간관계를 원하고 고난없이 배우길 원한다. 군대에 입대하면서 눈깜빡할 사이에 2년이 지났으면 하고 외국어를 배우면서 몇년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 유창한 언어 실력을 갖길 원한다. 하지만 모든 깨달음은 과정에 기반한다. 결과가 없어도 경험이 남지만 과정 없는 결과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그 실패는 지루하리만큼 하찮아보이는 무수한 과정을 통해야만 경험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실패도, 고통도, 심지어 그 과정조차 헤쳐나가길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매번 지름길을 찾지만, 이미 알고있지 않은가. 지름길이 있었다면 세상 어디에도 힘든 삶은 없었을 것임을.
삶이라는 과정을 시작하기 앞서, 내게는 그 과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둘레길이길 바랬는지 모른다.
-. 다닌길 : ①일차 : 영천 (영천댐) - 경주 ( 불국사, 석굴암 , 안압지 ) - 포스트 바로가기
②일차 : 봉하마을 - 강주연못 - 진주 ( 남강 유등 축제 ) - 포스트 바로가기
③~④일차 : 지리산 둘레길 ( 4 ~ 5 코스 )
산천 함양 사건 추모공원
우리는 근대사 교육에 힘써야 한다. 역사가 가진 가치의 높고 낮음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있게한 최근의 역사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무지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한참을 서있었다.
구름 사진이 좋다. 자유롭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말하는것 같다.
둘레길 4~5 코스의 경우 산을 통해 지나는 경로인지라, 다른 트래킹 구간보다 난이도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경치가 보장된다.
물줄기도 힘차고, 형형색색의 단풍도 다채롭다.
여러색으로 물든 경치를 구경하는 중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문화재를 그대로 두는것이 인류에 이득일까, 발굴해서 인류에 알려 주는게 이득일까?
그렇다면 인류는 자연에게 이득일까?
모든 둘레길은 표지판은 인공조형물이 아닌 자연조형물로 만들어져있다. 역광이라 많이 어둡다. 좌측은 푸른색 우측은 붉은색이다.
까치들이 달려든다. 히치콕의 '새' 가 떠올라 흠칫 한다
트레킹이 산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닿을것 같은 삶의 경계가 아닌가 싶다. 그곳에서 터를 일구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앉아 쉬고 밭이 보이면 바로앞까지 갈수 있다. 산 정상에 먼발치에 보이는 닿을수 없는 능선과 다른 맛이 있다.
이 길로가면 이웃집 토토로 처럼 몽환적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늦가을인데도 강렬한 태양은 꽃들로부터 양기를 빼앗고 있다.
5코스 마지막 즈음에 개인이 운영하는 사찰같은 곳. (명칭이 기억이 안난다). 왠만한 사찰에 버금가는 조경을 자랑한다. 개인이 하나둘씩 이뤄냈다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제 복귀할 시간이다. 막걸리를 한잔 하고 싶으나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하고 도토리묵 한사발로 대신한다. 그리고 네비에 목적지를 누른다.
생각이 필요할때는 산이든 트레킹이든 떠나는것이 좋다고 한다. 우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장소를 벗어나는게 해결의 첫단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치 부부가 다투고 나면 집이 아닌 커피숍이라든지 근처 공원을 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적당히 무리하는 운동은 우리에게 신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이내 적응이 되면,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온몸을 휩싼다. 이제 그 생각만 반복하면 된다. 그러다 꼬리를 무는 질문에 집중하고 방법을 강구한다. 그렇게 사폭(思幅)이 확장된다.
다음번엔 1~5코스를 비박으로 시도해봐야겠다.
'이불밖으로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상도 여행기(영천-경주-봉하-진주-지리산둘레길)-1 (0) | 2016.05.02 |
---|---|
경상도 여행기(영천-경주-봉하-진주-지리산둘레길)-2 (0) | 2016.05.02 |
전국 기차 노선도 (0) | 2016.04.30 |
전라도 여행기 1 (곡성-구례-여수-보성-순천) (0) | 2016.04.30 |
대왕암 - 일산 해수욕장 트레킹 (0) | 2016.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