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봉하마을로 향했다. 지금은 어쩌다보니 나름 '합리적 보수' 라 자칭하지만 이른바 황금뱃지를 단 사람들의 참극을 보고 있자면 언제 그랬냐는듯 극단적 진보로 돌변한다. 그때의 (10여전 전의) 나는 그랬다. 20대의 꽃들이 그렇듯 눈에 보이는 세상이 모두 불공평해보였고 다 뒤집어 엎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다. 술을 마시면 무법천지의 정치에, 불공평한 세상에, 불투명한 미래에 대고 소리지르며 다 없애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내 20대 청춘은 그랬다. 그래야만 하는줄 알았다. 그래서 지금 청춘들을 보고 있으면 서글프다. 불평 불만을 중얼거리는게 아니라 고함을 치지 못하는, 조금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나보다 조금 늦게 시작된 그들이 안쓰럽다.
그래서 나는 봉화마을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늦게 온 것에 서글펐다.
-. 다닌길 : ①일차 : 영천 (영천댐) - 경주 ( 불국사, 석굴암 , 안압지 ) - 포스트 바로가기
②일차 : 봉하마을 - 강주연못 - 진주 ( 남강 유등 축제 )③~④일차 : 지리산 둘레길 ( 4 ~ 5 코스 ) - 포스트 바로가기
봉화마을 뒷산가는 길에 얼굴만 있는 불상이 있다. 생소함도 잠시, 기원조차 모르는 얕은 지식으로 인해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휘몰아친다
부엉이 바위를 거쳐 산쪽으로 얼마쯤 올라가다 보면 이내 정상이 보인다
용서하라.. 모든 분노를 내려놓고 이해하라. 먼저 떠날수 밖에 없던 자의 마음을 헤아려라.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자진하시어 산을 관리하고 있으시다고 한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 '제가 귀찮게 하지 않은건 아닌지' 라는 물음에 이렇게라도 찾아와 주시니 제 보람입니다 라는 말이 명치에 멈춘다.
권권불망
봉화마을로 향하는 길에 있다. 깔끔한 국물에 든든한 수육까지. 워낙 국밥류를 좋아하는 터라 왠만해서는 맛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판을 찍을 정도로 맛집임은 틀림없다. 다만 아침에 허기가 진 상태였음은 부정하지 않겠다.
강주연못. 고즈넉하기 걷기 좋다. 전날 많이 걸어서 인지 좀 앉아서 커피나 마실 요량으로 들렀는데 연못이 보이는 위치에 커피숍이 없던 관계로 편의점 테익아웃을 하여 벤치에 앉았다. 하지만 주민 어머니들의 속사포 옆집 며느리 뒷담화에 자리를 피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보물을 찾는법이다. 이건 인간이 만든 연못이었다. 가만히 고개를 연못으로 고정하고 한바퀴 돌다보면 인간이 어디까지 신을 모방할지 궁굼해진다. 이내 인간은 알파고를 창조했고, 어쩌면 이로 인해 인간은 끼인 입장이 된 건지도 모른다. 멈추는 순간 짓눌려 텨져버리고 만다. 언젠간 계속 달려 숨이 터질것인지 모자라도 멈출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조그만하게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어놨다.
국밥을 먹으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마침 진주에서 축제가 열림을 알았다. 진주에 도착하자마자 비빔밥을 먹기로 한다. 이날 진주와 전주의 차이는 육회라는걸 처음 알게 된다. 맛은 글쎄. 다만 비빔밥에 육회를 추가한 가격치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딱 제 값하네' 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전국 축제중에서도 손꼽히는, 진주 유등축제에 온것을 환영합니다.
진주성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유등으로 만들었다.
위치가 절묘하다. 진주성 앞에는 논개가 왜장수를 끌어안고 물속으로 뛰어든 바위가 있다. 유등 역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함이 마땅했다.
다른 유등을 감상해보자
마치 홍콩영화에서 볼 법한 홍등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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