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불밖으로/국내

전라도 여행기 2 (곡성-구례-여수-보성-순천)

 

 밤사이 여수로 이동해서 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여관을 개조해서 만든 숙박치고는 그럭저럭 했다. 다만 거기서 만난 군인친구(어린) 와 늦은밤까지 꿈에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부사관이었지만 나는 그만한 나이때 그저 돈많이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 생각만 했는데, 그 친구는 꿈을 찾기 위해 분주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제 세대들이 많이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80년대 초반의 나이의 세대들은 아름다웠던 우리의 전성기를 90년대의 친구들에게 넘겨줘야 할 때가 온것 같았다. 이윽고 그들도 우리의 전세대가 우리에게 그랬던것 처럼, 그리고 우리가 그랬던것처럼 자연스럽게 아름다웠던 전성기가 넘겨질 것이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_ 은교 中

 

우리는 언제나 시작과 종료의 경계에 놓여져 있다. 가끔은 어떤것의 종료가 그걸 끝으로 마지막이 될것 같지만 부지불식간에 그것이 다른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다. 이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면 하나의 종료가 오롯이 끝이 아니기에 이에 대하여 마음을 쏟게 될것이고 시작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또한 언젠가 종료가 될 것이기에.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것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철부지 없어 보이는 내 모습이 때론 걱정이 되지만 ,여전히 하고싶은걸 찾아 노력할때면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워 보였다. 무엇이 되었든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 미래에 '그때 시도해볼걸' 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계속 keep going 하는거다. 

 

1일차 : 곡성(섬진강 기차마을, 심청 한옥마을) - 구례 (구례역, 섬진강 자전거 하이킹, 사성암, 화엄사)

2일차 : 여수(아쿠아플라넷, 오동도, 짚라인, 항일암, 빅오, 여수 케이블카 , 여수 봠봐다~)

3일차 : 보성 (녹차밭, 녹차체험, 녹차 칼국수, 대원사, 서재필 기념관) - 순천 생태공원

4일차 : 정읍 (내장산_우천으로 취소, 정읍 시장)

 

 

그렇다. 여수 지도다. 가고 싶은곳을 나열하고 동선을 잡는다. 일정을 잡는데 내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면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을 설정하는 것이다. 나는 맛집을 찾지 않는다. 그냥 배고플때 아무데서 먹는다. 대신 볼거리는 왠만하면 놓치지 않는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기준이 있다. 누군가는 느릿느릿하게 맛집에서 몇십분 기다려서 누군가들이 맛있다고 했던걸 답습하는걸 좋아할 수는 있지만, 나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약할수 없는 이 경험을 맛이라는 경험보다 절대 비교 우위에 둔다.

 

하여, 가고자하는 장소를 나열한 후에 꼭 가고싶은 장소를 표기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경우 이동중에 있는 장소에 들린다.

 

 

'안냐세요~'

 

아쿠아 플래닛의 돌고래가 인사한다. 우연히 들은 바로는, 돌고래의 행동반경은 수십키로에 달하여 저런 수족관에서 지낸다는것은 인간이 침대에 누워 평생을 지내는것과 같다고 한다. 물론 태어날때부터(정확하지는 않다) 수족관에 있었다면야 불행중 다행이지만, 왜이리도 참혹한 기분이 드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쿠아만 보는게 나을듯 싶다. 3D 는 패키지로 싼맛에 가는거지만 .. 뭐 그렇다.

 

그리고 아침 개장시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아쿠아플래닛 옆에 위치한 짚라인을 탔는데.. 한번도 타보지 못한 경우라면 타볼만 하다. 그러하다.

 

 

이렇게 바닷속 동물들은 바쁘기 그지 없다.

 

 

 

해파리가 조명에 따라 보호색을 시시각각 변화시킨다. 가만히 수족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찬란한 형광빛에 이내 마음을 뺏겨버리고 만다. 마치 환술이라도 걸린것처럼, 인간을 유혹하는 식인 나무처럼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해마의 움직임이 어찌나 역동적이던지, 제대로된 사진이 별로 없다. 이렇게 인간은 언제나 본인의 실력을 탓하기 보다는 장비 탓을 하기에 바쁘다. 다 큰 해마는 항상 짝짝이 붙어 다닌다. 추울까봐 그럴것이다.. 분명 그럴것이다.

 

 

멸치다. 어찌나 크던지. 역시 남해 멸치는 상품(上品)으로 쳐준다.

 

 

아쿠라플래닛을 나와 오동도로 향한다. 햇살을 즐기려 쉬이 걸어가려 했는데, 전날 너무 걸어서인지 약간 다리에 피로가 느껴졌다. 하지만 산도 아닌 평지에 피로를 느낄꺼라 생각지도 못한 나는 그저 걷기를 반복한다. 결국 이곳 음악 분수앞에 퍼지고 만다. 하하하하하하하

 

 

오동도를 크게 돌면 숲속을 트래킹할수 있다. 이곳은 암석 사이가 움푹 들어가서 해풍이 이방향으로 무지막지하게 불어온다. 초가을, 얼굴이 탈정도로 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이곳에 불과 몇십초에 있던것만으로도 감기가 오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오동도를 나와, 근처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항일암으로 향한다. 오후 4~5시 쯤으로 많은 인파들이 빠지고 있었다. 혹시나 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음을 서두르기는 깨뿔. 그저 닫혔으면 말지 하는 마음에 설렁설렁 걸음을 늘린다. 단번에 이곳이 갓김치의 메카임을 알수 있었다. 베테랑 어머님들은 나를 한번 보더니 사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시고는 '한번 먹어봐'라는 멘트한번 날리지 않았다. 이곳에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먹어보라는 호객을 당하지 않는다는것은 누가봐도 놀랄 일이다.

 

 

항일암 자체도 좋지만, 우측의 등산코스를 추천한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등산이냐 하겠지만 후회안할 것이다. 약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완만한 산을 타다보면 대한민국 최남단에 이른다. 거기서 맞이하는 풍광이란 이루 말할수 없다. 이때 내옆에 고성능의 카메라가 없음을 안타까워 했다.

 

지는 해를 보며 돌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간간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여행이란 오묘하다. 그리고 여행을 오는 사람만큼이나 저마다의 이유를 담고 있다.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더 열심히 살아야할 이유' 가 적당할 것같다. 열심히 돈을 벌고 여행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노는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위해) 평상시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렇게 여행은 나에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이유를 던져주었다.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 (나름) 최남단에서 고독을 씹고 있었다.

 

먼곳에서 부터 노을이 지고 있다. 빛이 좋다. 일출이 좋고 석양이 좋고 특히나 야경이 좋다.

 

 

여수의 명물 빅오쇼(Big O Show).

이 쇼에대한 호불호는 명백하다. 남자는 와우, 여자는 에이. 몇명의 의견을 취합했을 뿐이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내 생각과 비슷할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 게하에서 만난 여자도 나처럼 대부분의 여자는 본인 생각과 일치할거라는 말을 근거로 이러한 낭설을 퍼뜨려본다. 적은 관람료가 아니니 오쇼를 보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우연치 않게 그놈(?)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거지가 문짝을 떼서 부자를 도와준다고 했던가. 주제 넘은 걱정인걸 알면서도 긍정의 에너지였던 그놈의 건승을 바란다. (좋아 가는거야.)

 

 

여수 케이블카.

나는 스카이다이빙도 좋아하고 번지점프도 좋아하고 높이 매달려있는걸 좋아한다. 이런 사람도 여수 밤바람에 여지없이 흔들리는 케이블카를 타면 심장이 쫄깃쫄깃 면발이 될 수도 있다. 혼자 여행온 나를 배려한다며 독차에 넣어 주었다. 나름 운치를 느끼며 일어서서 먼곳을 보며 2초 후 자리에 앉는다. 위엄을 살리기에는 바람은 거침없었고 나는 순응했다. 

 

 

 

혹시라도 돌산대교에서 이곳 이순신 대교로 구경 겸 한바퀴 돌아야지 하는 분은 없길 바란다. 이곳은 자동차 전용이다. 즉,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 식사할 곳을 찾아 헤메이던 나는 일요일밤 어디가도 왁자지껄한 회식 분위기의 횟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안받아줬기 때문에. 흑흑.

 

 또하나, 여수에서 게하(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면, 여러분의 성향이 누군가를 만나고 파티를 즐긴다면 '미니버스'로 가길 추천한다. 그곳은 파티가 넘쳐난다(지금은 모르겠다). 물론 숙박에 필요한 모든 세팅이 완료되어 있으니 사람좋은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하는것도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