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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밖으로/국내

전라도 여행기 3&4(곡성-구례-여수-보성-순천) -끝

 

 전날 엄청 과음했다. 이런게 좋다. 서로 처음 만났지만 여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여행관을 나누며 서로의 고민과 인생의 가치를 나누는, 그리고 그 중요한 내용에 걸맞는 무거운 음주가 나는 좋다. 아침에 겨우 몸을 일으켜 씻으며 거실에서 잠시동안 여수 바다를 바라봤다. 불과 8시지만 바다는 한껏 태양을 품고 있었고, 벅찼는지 이내 사방에 흩뿌려 놓는다.

 

 아무도 못일어 났을거라 생각했지만, 서로 약속이나 한듯 이방저방에서 나온다. 이미 퇴실 준비를 마친뒤였다. 그렇게 서로의 남은 여정에 건투를 표하며 보성 녹차밭으로 향한다. 여수에서 보성까지 도로가 잘 나있지만 노면이 매끄럽지 못한탓인지 자꾸 자동차 하부에 돌이 튀었다. 녹차밭에 도착하니 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커플을 볼수 있었다.

 

 개장시간에 맞춰 도착했지만 역시 대한민국 녹차 no.1 답게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아마 녹차밭을 올 예정이면 가장 이른 시간에 일정을 맞추는 편이 좋을 듯 하다.

 

1일차 : 곡성(섬진강 기차마을, 심청 한옥마을) - 구례 (구례역, 섬진강 자전거 하이킹, 사성암, 화엄사)

2일차 : 여수(아쿠아플래닛, 오동도, 짚라인, 항일암, 빅오, 여수 케이블카)

3일차 : 보성 (녹차밭, 녹차체험, 녹차 칼국수, 대원사, 서재필 기념관) - 순천 생태공원

4일차 : 정읍 (내장산_우천으로 취소, 정읍 시장) - 우천으로 내장산 취소, 정읍시장 관광

 

 

녹차밭을 크게 돌아 정점으로 올라서면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물론 올라올때 산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쓰레기를 버릴수 있는 곳이다. 다행이 내가 올라오는 동안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없었다. 만일 올라오는 내내 큼지막한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들고다니고 싶지 않다면 하산 후 사먹길 추천한다. 저 벤치에 누워 한동안 신선놀음을 하는중 나무가 더이상 그늘을 만들수 없게 되자 내려온다.

 

 

 

여전히 사진이 미숙하다. 아니 이때만해도 어디 다시 쓰겠어 하는 마음에 의무감으로 스슥 찍었던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했던가. 이 개똥같은 사진이 기억을 살려줘서 나는 매우 감사하다. 

 

 

1,000 원을 내면 녹차 시음을 할 수 있다. 약 4~5잔이 나온듯 한데, 절대 추천이다. 녹차를 싫어해도 시중에서 마시는 녹차와는 달리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술을 마셨으니 해장을 해야 한다. 배가 상당히 고픈상태여서 의심반 하는 마음으로 녹차밭 앞 식당으로 들어갔다. 녹차칼국수를 먹었는데 조개도 좋았고 맛있었다. 평일 햇살이 넘치듯 가계 식구로 보이는 이모님이 이미 넘치는 취기로 식당을 오간다. 많은 이들이 말리다 이내 내버려두니 소주한병을 들고 다시 사라진다. 사람은 관심을 갈구하는 동물이다.

 

 

보성 대원사. 고즈넉한 소규모의 절이다. 입구의 왕목탁을 머리로 3번치면서 잘못한일 후회한일을 되뇌인다. 아프지 않다.

 

 

이곳에는 구구절절한 , 마음을 후려치는 명쾌한 글들이 즐비하다.

괴로움도 행복도 결국은 내 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고즈넉한 곳이 좋다. 굉장히 외진곳에 있기 때문에 오는 내내 의심할 수 있다. '이런곳에 절이 있긴 한거야?' 생각보다 한국의 네비는 우수하다. 의심을 거두다 보면 어느덧 다다라 있다.

 

 

내가 번뇌를 버리는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번뇌가 나를 버린다.

 

바르도!!

 

 

나는 영적체험을 하는 육체적 존재가 아니라 육체적 체험을 하는 영적인 존재이다.

 

 

측은지심. 인간이 살아가야하는, 그리고 살아갈수 있는 마음

 

 

이곳 대원사에는 관이 있다. 죽음을 관장하는 곳이라 하여 '수관정' 이라 한다.

해당 시간에는 나 밖에 사람이 없었다. 이 수관정도 절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면 외딴 곳에 있다. 관에 누워보고 싶었지만 그럴용기가 나지 않았다. 눕고나서 뚜껑을 닫기라도 하면 저 세상 누군가가 얼른 나타나 못질을 할 것만 같았다. 한참을 서성 거리다가 눕기로 한다. 누워보기가 아니라 한참을 누워있기로 했다.

 

'죄가 있다면 날 데려갈 것이고, 데려간다면 따라가면된다. 하지만 관에 누운것만으로 날 데려가려 한다면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호기로운가. 그리고 뚜껑을 닫자 한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찌나 방음이 잘 되던지 새소리, 낙엽 뒹구는 소리, 심지어 밖에 차고 넘치던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적막속에 긴장한 내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관에 누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스스로 무엇을 할수 없게끔 만든 구조다. 이집트의 미이라 처럼 양팔을 교차하여 어깨위로 올려야 가능한 크기다. 즉 들어갈때는 쏙~ 들어갔지만 나갈때는 무거운 관뚜껑을 열고 나가야 하는데... 자세가 나오지 않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 마음의 평온은 이내 사라졌다. 바둥거린 끝에 뚜껑을 밀어내고 일어났다. 이내 일어나 관속에 돈을 넣고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딱 3분이 지났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고민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민할 것 없다. 고민해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고민할 것 없다.

 

 

서재필 기념관

 

나라면 그렇게 할수 없었을 것이다. 목숨이 위협받고 총부리가 날 겨누고 이 일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길이라해도 나에게 드리울 그림자가 고문과 죽음이라면 난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를 있게 해준 모든 분들께 언제나 감사해야 한다.

 

62세에 의학의 길로 다시 들어서신 분앞에 내 알량한 재능(재능이라 믿었던)과 고난은 하찮게 느껴졌다.

 

 

순천 생태공원. 잘 만들어진 광광 명소다.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무척 높다. 이곳만으로도 순천에 올 이유가 충분하다.

 

 

 

지친 날개를 쉬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시간이 너무 늦어 view point 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다시올 이유라고 생각 하기로 했다.

 

 

다음날 내장산을 가기 위해 정읍으로 이동했다. 정확한 명칭은 생각나지 않지만 주인분께서 열과성을 다해 직접 만든것이 느껴졌다. 당시에 정읍의 유일한 게스트 하우스였다. (인터넷에 검색되는)

 

밥도 든든히 먹고 내일 내장산을 위해 잠을 잤다. 새벽즈음 뭐가 자꾸 톡톡 거리길래 일어났더니, 아뿔사!!!! 비가 내린다. 그것도 많이... 당시 생각해보면 정말 난감했다. 이것만 보고 몇시간을 달려 온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어쩔수 없지. 산행이 가능할지 만무하겠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산행 후 들릴 곱창국밥집에 걸려있는 김준현 싸인.

내장산을 감상하고 맛있게 즐기려고 주인아저씨한테 미리 알아봐 둔곳이다. 정읍에서는 국밥으로 여기가 최고라 한다. 정읍 시장 안에 있고 곱창국밥집이라고 하면 이곳을 알려준다. 시장 내부에는 주차공간이 없으니 외부 간헐천 옆의 주차장을 이용하고 도보 이동해야 한다.

 

곱창을 좋아함에도 불구 첫맛은 다소 비렸다. 딱 곱창 한점이 비리다 그리고 그 후 고소함의 뻘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너무도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그저 월화 연차를 이용해서 4일간 떠났다. 장소도 단순했다. 어디갈까 생각중에 '여수밤바다' 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어쩌면 계획한듯 계획하지 않은것처럼 시작한 여행은 티끌없이 좋은 기억만 남길수 있었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것이 아니라 날 들여다 보기위한 여행이어야 한다.

 

이불속은 위험하다. 그러니 어서 이불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