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의 계절 3월이다. 매화가 만발하고 산수유가 흐드러지는 3월4째주 꽃놀이를 가기로 했다. 사실 혼자 가기로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자(母子)가 단둘이 여행을 갔던 적은 없었던것 같았다. 자식이 나이가 들면 효자가 된다 했던가. 가족여행을 가면 언제나 투닥거리는 경험을 뒤로하고 엄마를 모시고 꽃놀이를 가기로 했다.
본가가 있는 예산으로 이동한 후 엄마와 기차로 익산을 거쳐(환승) 순천으로 향한다. 밤 9시가 넘어서 출발한 기차는 우리와 같이 하행길에 오른 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다행이 2주전에 예약을 했던지라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엄마도 단둘이 가는 여행이 생소했는지 연신 웃으신다.
새벽 2시 즈음 도착한 순천역은 어두컴컴하다. 역앞의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 점에서 책이나 좀 보다가 오전 6시에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근데 3월 말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다. 옷을 뭐 그리 많이 입으시냐고 핀잔을 준 내가 머쓱했다. 허리가 좋지 않으신지라 벤치에 계속 앉아 있을수도 없어 찜질방으로 향한다. 네이버 맵에 표기된 찜질방을 찾아 택시를 타고 이동했으나 그곳은 이미 온대간데 없었고 다시 물어보니 기차역 근처에 찜질방이 있었다. 순천역에 도착한지 20분도 되지 않아 우리는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찜질방은 순천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5~10분가량 지점에 있다.)
렌트카의 경우 우리가 너무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하는 지라 일반 렌트카 업체에서는 대여할수가 없었다. 우리는 6시에 시작하고픈데 렌트카 업체는 10시나 가능하다고 해서 유카를 이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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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상처가 많아 보이는 놈이라 이러저리 찍어놓고도 모자라 외부부터 내부까지 동영상 촬영을 했다. 그래야 나중에 탈이 없다.
처음 매화마을로 향했으나 전일 비가온지라 꽃이 대부분 떨어져 있었다. 해는 있지만 바람이 차가워 매우 쌀쌀했다. 더욱이 여전히 많은 관광객으로인해 상당히 먼곳에 주차를 한 우리는 얼마 걷다가 이내 포기하기로 한다. 매화사진을 안올린것은 그정도로 쓸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봄꽃은 비를 맞으면 마치 생명이 다한것인양 잎사귀에 그자리를 내어 준다.
동엽(冬葉) : 겨울 잎사귀
낙엽을 뜻한다. 뜬금없이 왠 낙엽이냐고 하겠지만, 차후 내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같는다면 호 로 사용하기 위해 아낀 단어이다. 지고마는 낙엽은 결국 다음 잎사귀를 위한 거름이 된다. 흔히 우리는 지난 인생을 낙엽과 같다 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 농숙해진 내 삶이 그러한 역할을 했으면 한다. 다음 세대에 거름이 되어 주는 인생.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면 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것이다. 추위에 떨면서 떨어진 매화잎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더이상 감흥도 없었고 추위도 싫었다. 하지만 바로 산수유마을로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긴급 검색끝에 그 중간즈음인 화개장터로 신속히 이동한다.
여행의 첫끼이다. 제첩국을 먹었다.
모녀끼리의 여행은 자주 보는데 모자간 여행은 처음본다며 옆테이블 어른들이 대견해 했다. 이에 질세라 엄마는 아들이 가자고 다 준비했다며 칭찬에 불을 지핀다. 옆 단체 손님들이 온갖 메인 메뉴들을 담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 아들도 우리 청년같았으면 좋겠어'
처음 했던 행동을 마치 여러번 한것과 같은 평가를 받은 탓에 다소 부끄러움이 일었다. 다음에도 자주 모시기로 마음먹고 막걸리도 한잔 마신다.
이곳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이다.
조영남 동상이 시장 중앙에 있다. 하긴, 이곳을 유명세로 이끈 노래이니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이 사람을 좋아할 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될듯 했다. 바로 앞은 엿장수들의 메인터 이다.
새꼬치로 유명한 은어들이 활기차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몇점 먹고 싶었으나 술을 마실수가 없으니 패스하기로 한다.
추운 몸을 녹이려 전통 찻집에 들어선다. 주로 수공예 그릇들을 파는 곳인데 커피부터 여러 전통차를 판다. 따뜻한 오미자 차를 마시면서 이리저리 둘러보게 된다. 엄마는 '저거 예쁘다 이거 예쁘다' 하면서 이리저리 시선을 뿌리신다. '하나 사요' 했더니 '아직 쓰지도 못한 그릇이 천지야' 라며 됐다고 하신다. 하지만 모든 그릇의 가격을 파악하시겠다는양 주인을 귀찮게 하신다.
구례는 산수유 막걸리이다. 그 달달함도 좋지만 핑크빗 막걸리병에 왠만한 여자들이 지나치지를 못한다.
너무 유명해진 야관문. 외국인 친구가 효능을 알고있을 정도이니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많은 약초들이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화개장터에 유일한 대장간. 어린 친구들이 지나가며 이게 뭐냐고 묻는다. 내 어릴때는 생업을 위한 직업이었으나 이제 사라진 전통을 재연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직업이 되고 있는것 같았다.
적나라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적나라 하지 않다. 남자가 관심이 많을것 같지만 많은 어머니들이 주위를 서성거린다. 남편들은 저만치 뒤에서 야구 투수코치마냥 눈짓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누구도 '내가 필요하다고 한거다' 라는 표정은 없다.
수수부꾸미 한점을 먹었다. 이런 군것질이 여행의 묘미다.
우리 엄마는 군것질을 싫어하는줄 알았다. 마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나 맛난 부위는 자식에게 주시면서 '엄마는 이게 맛나더라' 하시던 옛날이 떠올랐다. 엄마도 여자이고 맛난거 조아하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양보가 의무가 된 그 시절들이 몸에 배어 자신을 강제한다.
뭐 적어도 우리 엄마는 거절하는 이유가 명확했다.
'엄마는 당있어서 밀가루 안돼.... 근데 맛 없어보여' ㅋㅋㅋㅋㅋ 그냥 맛없어 보여서 안드신거다.
산수유 마을에 도착했다. 하나의 마을은 마치 산수유를 위해 태어난것처럼 오롯이 산수유에 맞춰져 있다. 산수유 역시 비가 와서 다소 풍성함을 잃었지만 정확히 타겟팅에 이어 조성된 이곳은 관광객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정오가 넘어가자 날도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이 뷰포인트이다. 먼곳의 조형물과 산수유들이 조화롭다.
생각보다 굉장히 넓다. 충분히 구경한다면 4~5시간도 빠듯하다. 마을 전체가 축제다.
산수유 막걸리는 너무 맛있다. 집에도 사갔으나 기차에서 다 마셔버렸다.
멋진 노랑을 담기위한 출사팀도 보인다.
온통 노랗다가 붉은 백일홍을 보니 도도하고 예쁜 아가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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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때 10분이면 된다. 나갈때도 한시간이면 된다. 참 많이도 모였다. 사람 많은걸 싫어하는 사람은 매화축체든 산수유 축제든 둘중 하나만 하시면 좋을듯 하다. 정말 사람에 치여 미춰버릴수도 있다. ㅎㅎ
효도란게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되었다. 오는 내내 좋아하는 엄마의 미소가 날 더욱 즐겁게 했다. 그저 내 일정에 사랑하는 이가 포함되면 되는것이었는데 그동안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혼자만 다녔다.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지 나만 행복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곳에서 이 여행을 제안한 나에게 칭찬이 이어졌다. 겨우 한번 했을 뿐인데 부끄러웠다.
앞으로 자주 부끄러워 몸들바 모르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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