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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트레킹

겨울 소백산 등산 2015년1월 - 한파특보

 

 정확히 2015년1월9일 한파 특보가 뉴스를 덮었다. 많은 수도관들이 동파되었고 심지어는 동상으로 많은 이들이 병원을 찾게 되었다. 뉴스는 말했다. 공기를 들어마시면 콧속이 얼고 갑자기 나갈경우 동맥이 축소되어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나가지 말기를.. 하지만 그 다음날은 토요일이다. 그리고 한파가 찾아왔다면 당연히 산으로 가야 한다. 금요일 점심을 먹고 따뜻한 히터가 가동되는 회사 사무실 안에서 어느산을 갈까 고민중에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월악산은 차를 몇번 갈아타야 하고 덕유산은 멀고 그렇다고 속리산은 사람이 많고 그닥 땡기지 않았으며 소백산은 불과 3달전에 다녀왔었다. 눈이 올수도 있었기에 그 이상의 거리는 선택의 선상에 올려 놓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기차타고 희방사로 가서 영험한 소백산 칼바람이나 맞고 오기로 했다.

 

 

모든것이 얼어있다. 다행이 날이 따뜻했으나 산속 온도는 그 따뜻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나 얼지 않은것이 있다면 타이어 소재로 이루어진 이동로뿐이다.

 

 

눈앞에 설경이 펼쳐져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설산을 좋아하는지라 아이젠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눈이 지속적으로 오는 12~1월 사이에는 바닥의 눈이 다져지지 않아 발이 헛도는 경우가 있다. 이럴경우 체력소모가 상당한데 요런 느낌을 좋아한다.(누군가는 상당히 변태적 성향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발을 헛딪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었다.

 

 

다행인점은 인공 계단 부분에는 눈이 많지 않아 올라가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멋있다. 설산. 손가락 호호불면서 온 보람이 있다.

 

한폭의 병풍

 

 

이제 슬슬 비로봉이 보인다. 언제나 설산에 올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아이폰의 경우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다. 이때 강제로 수차례 켜다보면 급격히 배터리가 소진되어 진짜 필요할때 (마지막에 에피소드로 설명)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럴때는 카메라를 소지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나 그냥 눈으로 감상하는게 최고다.

 

 

비로봉을 앞에두고 많은 사람이 개미처럼 보인다. 이부분 부터는 사면에서 바람이 불어 제낀다. 한번 불고마는 바람이 아니라 비로봉에 한데 모여 눈뜨기 조차 힘든 아주 행복한 상황이 반복된다.

 

 

해발 1439.6m . 모든 사람들이 아우성이다. "아우 추워. 빨리 내려가자. 사진이고 뭐고" . 수학여행으로 울산바위에 와서 얼른 한컷 찍고 내려가는 학생들처럼 너도나도 할것 없이 내려가기 바뻣다. 혼자온 산행이기에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뭐하고 굳이 찍기도 내키지 않아서 나도 얼른 내려왔다.

 

 

눈이 왔을때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올라갈때는 발이 돌지만 내려올때는 약간의 완충작용을 해준다. 절대 추워서 막 내려온것이 아니다. 내 무릎이 괜찮다고 했다. (-.-=b) . 너무 무작정 내려온 탓에 희방사가 아닌 비로사 쪽으로 하산하게 되었다. 당연히 희방사역 코스겠지 하고 내려왔지만 올라올때 못보던 절이 있었다. 그때서야 잘못 내려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올라갔다 내려갈경우 기차시간을 맞추기란 불가능했다. 하여 하산 지점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기로 하고 날라갔다. 그때 인체의 신비를 다시 느낄수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늦은 4시에서 5시 즈음에 주차장에 하산을 했을때는 아무 차량이 없었다. 정말 주차장이 텅텅비었다. 어쩔수 없지 하면서 콜택시를 부르려 전화기를 켜는 순간, 아뿔사. 전원이 5%가 남은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검색을 한 다음 전화 버튼을 누를때 핸드폰이 전사했다. 이대로라면 기차를 놓칠 판이다.

 

이런것과 같이 버스가 끊기거나 택시를 부를 상황이 안된다면, 매점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택시가 필요한 상황을 설명하고 운행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보자. 대부분 산근처의 매점은 부부가 운영하고(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산 시간때쯤에는 바쁘지 않기 때문에 소일거리로 등산객들을 기차역이나 버스역으로 태워주는 일도 하곤 한다. 하지만 택시사업 이권등의 이유로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기차시간에 맞추려는 덕에 쫄쫄굶은 나는 수제라면을 시켰고 그러는 동안 매점 아저씨는 차에 시동을 건다. 따뜻한 밥 한공기를 말아 먹고 든든한 배로 풍기역으로 향한다. 아저씨 말로는 콜을 부를 경우 2만원~2만5천원 정도이고 우리는 만원(만오천원인지 가물거린다)에 딜을 마친다.

 

모든게 순조로웠고 에피소드가 생긴것에 감사했다. 풍기역은 처음이었고 역앞에 인삼을 파는것도 인상적이었다. 핸드폰이 살아있었다면 좀더 좋았겠지만 개념치 않았다. 단 풍기역->희방사역 까지 겨우 한정거장인데 기본료를 받는것에 대하여 약간 놀라긴 했지만 오늘 에피소드에 비하면 감사할 일이다. 기차에 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을 켜니 25%의 배터리로 폰이 부활했다. 이 자식 추워서 꾀병 부린거네!!

 

 

-. 일자 : 2015.1.10 (한파특보)

-. 이동 : 오창 오근장역 -> 제천(경유) -> 희방사역 기차 이동, 복귀 : 풍기역 -> 제천(경유) -> 오근장역

-. 산행시간 : 약 5시간

-. 난이도 : 중

-. 산행코스 : 희방사 역 - 비로봉 - 삼가매표소 출발점 (길을 잘못들었다.)